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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오늘 하루도 🥭망고롭게🥭 '그랑핸드 코코케이 퍼퓸'
    구매일지/#충동 2024. 2. 13. 12:43

    어릴 때 울 엄마가 특히 좋아하던 바디워시가 있다. 
    더바디샵 망고 바디워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로 어버이날이나 엄마 생신이 다가오면 항상 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근데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날이 많았다. 지금이야 얼마든지 사드릴 수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엄마는 나이가 들었고 이제는 개인 취향보다 피부 건강에 맞는 제품들로 쓰기 시작하셨다. 


    나는 항상 궁금했었다. 
    '왜 망고향 향수는 없지?? 내가 못 찾는 걸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망고향을 좋아한다는 걸 가끔씩 떠올리며 지내던 어느 날..

    “그랑핸드에 망고향 향수 나왔어!!”
    내 친구 햄이가 알려줬다. 

    “근데 이거 아직 온라인몰은 안 팔고 남산점에서만 시향 할 수 있고 구매 가능한 거 같더라고..”

    '오!! 가볼까??'라는 생각도 잠시 그땐 그냥 귀찮았다. 

    아마 팬데믹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격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굳이 샀는데 엄마도 별로라 하고 나한테도 별로면 이건 너무 최악이었다. 

    ——

    2024년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나와 여동생은 엄마 생신선물 준비로 매일 같이 통화하며 고민했다. 

    “향수? 엄마 지금 쓰는 거 있지 않아?”
    “근데 그거 단종이라 이번꺼 쓰면 끝일걸?”
    “그럼 오빠가 엄마한테 물어봐바.”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됐어! 뭘 그런 걸 해. 돈도 없으면서… 그리고 엄마 지금 쓰는 향수 많이 남아서 괜찮아”

    역시.. 예상했던 대답이다. 
    괜찮다. 플랜 BCD… 아직 많다. 

    ——

    뭐 그냥 그 후론 일하기 바빴지..
    새 회사 업무는.. 생각하기도 싫고..
    하루를 빨리 마무리하자는 심정으로 며칠을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질렀다
    향수를

    시향 해보지도 않은 채 양은 무지 많고
    그렇다고 그렇게 저렴하지만은 않은..??

    정말 충동구매다.

    일단 질러보고 후회할지 뜻밖의 선물이 될지
    약간 기대 반 설렘 반의 맘으로 택배를 기다린 것 같다. 

    그렇게 코코케이를 구매했다.

     


     

    1. 패키징

    박스는 사진도 못 찍고 버렸다.

    향수가 유리병이라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 뽁뽁이가 아닌 종이로 된 완충재를 넣어 분리수거가 용이했었다.

     

    2. 외관

    다른 향수들처럼 병 모양이 독특하거나 시선을 끄는 느낌은 없다. 

    그냥 패브릭 재질의 라벨 스티커 위에 상품명, 매장 주소, 홈페이지 주소, 맞춤형 스탬핑, 그랑핸드가 영문으로 찍혀있다.

    나는 그냥 🥭망고향🥭 이라길래 'MANGO' 를 넣었다.

     

    3. 향

    음... 생각해 보니 '진짜' 망고향을 맡아본 적이 있었나? 인공 망고향에 익숙해진 탓에 진짜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그렇기에 확실한 대조군이 없으므로 코코케이가 '좋다.' 혹은 '별로다.'로 단순한 평가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랑핸드에서는 코코케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Fragrance Story

    절뚝거리며 벤치로 돌아와 앉아 체육복 바지를 걷어 올린다. 무릎의 상처는 심장처럼 두근거린다. 넘어진 게 창피한지 연습한 게 아까운지 그늘 아래여도 콧잔등에 땀이 비질비질 난다. 운동장 멀리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작게 들린다. 땀이 식을 즈음 흙먼지 사이로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돌려도 푸 부는 풍선껌의 단내가 어깨를 타고 넘어온다.

    이걸 뿌리면 학창 시절의 한 구석이 떠오른다는 뜻일까?

    가끔은 학창 시절이 그리워 영화나 드라마처럼 잠에서 깨어나면 타임슬립되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상을 해왔기에

    코코케이를 받기 전까지 조금은 기대에 차 있었다.

     

    향조 노트는 눈으로만 보고 향을 상상해 보았다.

    TOP Mango (망고) Nectarine (천도복숭아) Pear (배)
    MIDDLE Raspberry (라즈베리) Water lily (수련) Lotus (연꽃)
    BASE Coconut (코코넛) Musk (머스크) Sandalwood (샌달우드)

    처음에 뿌리면 외국 관광지의 과일가게에 들어선 느낌이 들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의 밝은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줄 것 같기도 했다.

     

     

    실제로 뿌려보니...

     

    '최초 사용 시 펌프를 깊게 눌러 분사해 주세요. 깊게 누르지 않으면 펌프 안으로 용액이 고여 누수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과감히 눌렀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센 향에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분사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님 향이 독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점점 향에 익숙해지니 왠지 더 맡고 싶은 향이었다.

    열대과일향이라서 겨울에는 안 어울릴 것 같다가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겨울에도 괜찮을 것 같았고

    달달한 향이 무겁지 않아 여름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음... 그냥 대충 내 맘에 드는 향이었다.

    예전에 구매했던 Toit vert (뚜아베르)는 자몽향이 강한 향수였다. 아마 그랑핸드 서촌에서 시향 하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걸 햄이한테 줬나? 태형이한테 줬나?

    2019년 여름에 구매했던 Toit vert. 이것도 충동구매였지...🤪

     

    아무튼,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만한 향은 아니지만 (남중, 남고 출신이라..) 가끔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거나 어딘가에서 나의 존재를 티 내고 싶을 때 사용하면 참 좋은 향수가 될 것 같다.

     

    끝.

     


     

     


    2019. 08. 03 그랑핸드 서촌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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